
매주 쏟아지는 신작영화 사이에서 내 소중한 두 시간을 후회 없이 소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마케팅 문구만 믿고 예매했다가 돈과 시간을 동시에 낭비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관 의자에 앉아 팝콘을 다 먹기도 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골라야 할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배우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최근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4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수치가 곧 내 취향의 만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데이터는 대중성을 증명할 뿐 개개인의 서사적 취향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신작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배급사의 홍보 자료 뒤에 숨겨진 제작진의 과거 필모그래피와 이번 작품의 장르적 일관성이다. 강형철 감독처럼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연출자는 작품의 톤이 일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소위 말하는 도박을 해야 한다.
왜 관객들은 예고편에 속고 박스오피스에 휘둘리는가
신작영화를 고를 때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2분 내외의 예고편에 담긴 짜깁기된 하이라이트 영상에 매료되는 것이다. 편집점 하나로 긴장감을 극대화한 예고편은 사실 영화 전체의 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편집자는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가장 자극적인 장면들을 앞뒤 맥락 없이 붙여놓는다. 실제로 이 과정을 거치면 평범한 드라마도 마치 스릴러나 액션 대작처럼 느껴지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두 번째 실수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영화 와일드 씽이 개봉 첫날 16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저 영화는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개봉 초반 관객 수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배급사의 상영관 확보 능력과 마케팅 예산이 결정짓는 경우가 더 많다. 관객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티켓을 끊는 것은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무작정 줄 서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패를 줄이는 단계별 영화 선택 프로세스
그렇다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어떤 필터링을 거쳐야 할까. 우선 감독의 이전 작품 세 편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특정 장르에서 흥행을 거뒀던 감독이 갑자기 다른 장르로 외도를 하는 경우, 그 작품이 그저 새로운 시도에 그치는지 아니면 내러티브의 확장을 보여주는지 판단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 로튼 토마토나 메타크리틱과 같은 평론가 지표와 일반 관객의 평점을 동시에 확인한다. 평론가와 관객의 점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진다면 그 영화는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지점이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단계는 제작비 대비 스케일과 배우의 연기톤을 대조해보는 것이다. 최근 최민식과 최현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신작처럼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은 대본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호프처럼 감독의 성향이 강한 작품은 대역 없는 액션과 같은 물리적 도전을 강조한다. 제작진이 어떤 포인트에 힘을 실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맞는 영화인지 판단하는 3분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감독의 연출 의도를 파악하는 관점의 차이
연출자의 의도는 곧 그 영화의 지향점과 직결된다.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가 대본의 깊이로 평가받듯 영화 또한 대본의 힘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영화가 제공하는 카타르시스가 정서적인 위로인지 아니면 시각적인 쾌감인지를 스스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체와 같은 좀비물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장르적 공포에만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영화 관람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서적 소모가 큰 영화를 보러 갔다가 단순 액션을 기대하면 영화관을 나올 때의 만족도는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모든 신작영화가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상미가 극대화된 작품은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이 필수지만 인물 간의 대사 중심인 영화는 나중에 모바일 환경에서 보아도 무방하다. 무작정 신작이라고 해서 영화관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장르적 특성과 나의 현재 상태를 먼저 고려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팝콘과 콜라 가격이 1만 원을 넘나드는 시대에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태도는 영화를 더 건강하게 소비하는 방법이다.
결국 누구에게 이 정보가 가장 유효한가
이 글은 매번 영화 선택에 실패해 주말 저녁을 망치고 싶지 않은 실용주의적 관람객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영화를 예술적 경지로 분석하기보다 내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감독의 과거 데이터와 평론가 지표를 교차 검증하는 습관이 최고의 무기다. 다만 모든 데이터가 완벽할 수는 없다. 평론가들의 혹평 속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깊은 울림을 받는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영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결국 마지막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다음 신작영화를 보기 전에는 평점 앱의 평점 탭 대신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먼저 찾아보길 권한다. 인터뷰에 담긴 감독의 태도에서 영화의 결이 보일 것이다. 당신이 이번 주말 예매하려는 영화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통과된 작품인가. 이제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영화를 골라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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