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의 어두운 조명이 그리울 때가 있다
며칠 전에는 퇴근길에 갑자기 영화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시간을 내서 예약하고, 팝콘 냄새 맡으며 자리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는 그 과정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당연히 동네에 있는 영화관으로 향하는 게 공식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참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집에서 OTT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너무 많다 보니, 굳이 만 오천 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극장에 갈 이유를 계속 스스로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어두운 극장에서 휴대폰 불빛 하나 없이 오로지 화면에만 집중하던 그 시절의 몰입감이 사실 좀 그리운데, 막상 극장에 가려고 예매 사이트를 열어보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있을 엄두가 안 나서 결국 창을 닫게 된다.
OTT로 보는 영화가 더 편해진 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서비스를 더 자주 켜게 된다. 특히 주말 저녁에는 소파에 기대어 리모컨만 누르면 되니까 훨씬 효율적이다. 예전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다운로드 사이트를 뒤지거나 며칠 뒤에 개봉할 영화관 시간표를 확인하곤 했는데, 이제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주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편하게 골라본 영화들 중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나 싶을 때가 많다. 그냥 밥 먹으면서 틀어놓거나,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하면서 흘려보낸 영화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영화라는 게 원래 조금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하는 매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내 영화 감상 방식은 지나치게 파편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랑구의 작은 영화 공간에서 느낀 의외의 재미
얼마 전에 우연히 중랑구 쪽에 있는 미디어 북카페나 시네마노필 같은 곳에 잠깐 들를 일이 있었다. 거기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봤는데, 집에서 혼자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공기가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숨죽이고 웃고 놀라는 그 경험이 사실은 극장이 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었다. OTT가 아무리 발달해도, 다 같이 모여서 같은 리듬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그 특유의 밀도는 흉내 내기 힘들다. 그런데도 집에서는 그냥 눈앞에 보이는 썸네일 중 하나를 골라 10분 정도 보다가 지루하면 바로 다른 걸로 넘어간다. 이런 습관이 들다 보니 이제는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끝까지 보는 게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영화관과 집 사이에서 방황하는 감상 습관
최근에 김남길이나 수지가 출연하는 OTT 시리즈들이 워낙 화제라서 그런 작품들은 챙겨보는데, 이게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구분하는 것도 사실 무의미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영화관에서 개봉하면 무조건 영화고, 아니면 방송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경계가 너무 모호하다. 어떨 때는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대작 영화조차 OTT로 먼저 공개되는 경우가 많으니, 굳이 발품 팔아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영화표 가격이 부담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그 특유의 안내 영상과 광고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묘한 향수가 들었다고 해야 할까.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보는 것이 숙제가 된 기분
주말에 친구가 영화 ‘강령: 귀신놀이’ 이야기를 꺼내길래, 저녁에 집에 와서 바로 틀어놓고 봤다. 그런데 중간에 배달 음식이 도착해서 잠깐 일시 정지를 누르고, 그러다 보니 또 카톡 확인하고, 다시 화면을 돌려보니 이미 내가 놓친 장면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다시 뒤로 가기를 반복했다. 결국 영화 한 편 보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집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분명 편리한 일인데, 어떨 때는 이게 영화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시간을 때우는 도구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경험 자체가 점점 희귀해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며칠 동안 그 여운에 젖어 살았는데, 이제는 다 보고 나서 ‘다음엔 뭐 보지?’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내 자신이 조금 낯설다.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몰입하기 어려워지는 느낌이네요. 특히 큰 화면에서 느껴보지 못한 장면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답글
혼자 영화보는 게 익숙해지긴 하지만, 처음엔 큰 화면에 완전히 몰입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답글
저도요, OTT로 편하게 보다가 영화관에 가면 왠지 시간 낭비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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