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뉴스에서 김희선이 상하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사진을 봤다. 사진 속에서 주토피아 캐릭터 스티커 같은 게 붙어 있는 모습이 괜히 친근해 보이기도 하고, 문득 예전에 한참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은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뭐든 볼 수 있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예전에 DVD를 빌려보거나 VOD를 결제해서 보던 시절의 그 느낌이 그리웠다. 아마도 사진 배경이 상하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낡은 하드디스크 속의 영화들
예전에 중국 영화에 한참 심취해 있었을 때 꽤 많은 영화를 모아뒀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다시 보려고 하니 자막 문제도 있고, 화질도 요즘 나오는 4K 영상들에 비하면 너무 열악해서 조금 보다가 끄게 된다. 최근에 8천 원 정도 주고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한 편을 다시 결제했는데, 화면비가 안 맞아서 위아래가 잘려 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조금 김이 빠졌다. 그래도 그 시절 특유의 색감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그때는 3D 영화가 처음 극장에 등장해서 난리였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충분히 좋은 화질로 볼 수 있으니 참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는 생각도 든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일인 요즘
사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직접 가는 것도 이제는 마음먹기가 꽤 힘들다. 예전에는 퇴근길에 툭 하면 강남이나 홍대 쪽 영화관에 들러서 혼자 영화를 보고 오곤 했다. 티켓 가격도 지금처럼 1만 5천 원을 훌쩍 넘기지 않았을 때라 부담도 덜했다. 지금은 마음먹고 나가려면 왕복 교통비에 팝콘 값까지 생각하면 2만 원은 족히 깨진다. 그래서 결국은 집에서 대충 캔맥주 하나 따놓고 VOD로 때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예전 홍콩 영화들을 훑어보다가 그냥 드라마 한 편 다시 보기로 돌려버렸다. 독립 영화들도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찾기가 더 어렵다.
익숙한 장면이 주는 묘한 피로감
영화 속에서 자주 보던 상하이의 야경이나 골목길들이 뉴스 사진 속 김희선의 일상과 겹쳐 보이니까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예인들은 저렇게 편안하게 여행을 다니는데, 나는 왜 주말만 되면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내한해서 더위에 익숙해진다는 인터뷰를 하는 걸 봐도,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구나 싶다. 나는 그냥 그 시간에 멈춰 있는 기분이랄까. 중국 영화 특유의 서사적인 분위기나 힙합과 전통 악기가 섞인 음악을 들어도 이제는 예전처럼 가슴이 뛰지는 않는다.
그냥 다시 보기를 멈추고 끄는 순간
결국 보려던 영화는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한 40분쯤 지나니 슬슬 지루해지기도 하고, 폰으로 자꾸 다른 알림들이 뜨는 바람에 집중력이 흩어졌다. 예전엔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영화에만 온전히 쏟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무료 영화 목록을 뒤적거리다가 대충 아무거나 누른 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쏟아지는 게 영상 콘텐츠인데, 정작 마음 편히 몰입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불 꺼진 방에서 화면 불빛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화면을 껐다. 내일은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겁게 다가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해결하며 끝이 나는데, 내 하루는 그냥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게 늘 조금 아쉽다.
상하이 야경 사진 보니까, 저렇게 혼자 여행 다니는 연예인 모습이 정말 부러워요. 집에서 넷플릭스만 보는 제게는 꿈같은 일 같아요.
답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옛날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시절의 기술력에 놀라는 동시에, 그때의 감성에 대한 향수도 느껴지더라고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