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에 있는 구형 DVD 플레이어 때문에 씨름한 주말

admin 2026-08-07
집에 있는 구형 DVD 플레이어 때문에 씨름한 주말

갑자기 튀어나온 구형 DVD 플레이어의 정체

주말에 창고 정리를 하다가 먼지가 가득 쌓인 DVD 플레이어를 발견했다. 거의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굳이 이걸 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나 싶으면서도 괜히 전원을 꽂아보고 싶어졌다. 요즘은 전부 OTT로 보니까 사실 VOD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클릭 몇 번이면 끝인데, 굳이 옛날 기기를 꺼낸 건 아마도 예전에 다운로드 받아두었던 영화 파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드디스크 구석에 처박혀 있던 avi 파일들을 보면서, 이걸 저 플레이어로 틀면 왠지 감성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를 했다.

avi 파일이 왜 재생이 안 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노트북을 꺼내 파일을 USB에 옮겨 담고 플레이어에 꽂았다. 그런데 화면에는 ‘지원하지 않는 파일 형식입니다’라는 메시지만 야속하게 떴다. 어떤 파일은 소리는 나오는데 영상이 안 나오고, 어떤 건 아예 인식조차 못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플레이어는 코덱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의 물건이다. 예전에 웹하드에서 영화를 다운받을 때만 해도 그냥 용량 큰 파일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인코딩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걸 잊고 있었다. 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는 게 얼마나 편한 세상인지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동영상 변환 프로그램을 붙잡고 보낸 시간들

결국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예전에 쓰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들을 뒤적거렸다. 인코딩을 다시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옵션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막막했다. 해상도는 720p로 낮추고, 비디오 코덱은 Xvid로 설정하면 될까 싶어 시도해봤지만 이게 꽤 시간이 걸린다. 영화 한 편 변환하는 데 20분에서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렇게 기다려서 옮겨놓고도 막상 재생이 안 되면 허탈함이 밀려온다. 예전에는 이런 짓을 왜 그리 즐겁게 했는지 모르겠다. 5천 원이나 만 원 정도면 VOD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굳이 이렇게 시간 들여가며 고생하는 게 맞는 건지 싶기도 했다.

결국 그냥 노트북에 연결해서 보기로 했다

결국 DVD 플레이어로 보는 건 포기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변환된 파일도 화질이 썩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막 파일(.smi)을 플레이어가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자막을 영상에 아예 입혀버리는 ‘인코딩’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건 정말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노트북에 HDMI 케이블을 연결해서 보는 게 훨씬 깔끔하고 화질도 좋았다. 굳이 아날로그 감성을 쫓겠다고 주말의 세 시간을 길바닥에 버린 기분이다.

정리되지 않는 아쉬움과 기계의 수명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플레이어는 다시 박스에 넣었다. 어쩌면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내가 시대의 흐름을 너무 늦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헬로아카이브나 각종 웹하드 서비스에서 수집하듯 모아두었던 파일들이 이제는 디지털 쓰레기가 된 것만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파일을 다운받고, 이게 재생될지 안 될지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시절의 그 소소한 불편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하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구형 기기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 채 다시 책장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댓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