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대 상상마당에서 낯선 단편 영화들을 연달아 보고 나왔을 때의 묘한 피로감

admin 2026-08-21
홍대 상상마당에서 낯선 단편 영화들을 연달아 보고 나왔을 때의 묘한 피로감

최근 흘러나오는 영화 뉴스들을 보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

요즘 극장가 소식을 통 안 보고 살다가 오랜만에 포털 뉴스에서 신작 영화 소식들을 몇 개 읽었다. 장재현 감독의 새로운 작품인 ‘뱀피르’에 배우 유아인이 캐스팅되어 복귀한다는 기사도 보이고, 스파이더맨 관련 소식이나 넷플릭스 신작 영화 정보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매번 스마트폰 화면으로 대기업 자본이 들어간 뻔한 영화 예고편만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대중적인 영화만 골라 보느라 내 영화적 취향이 너무 게을러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마침 날씨도 선선해지고 해서 평소에는 잘 찾지 않던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쪽으로 눈을 돌려보게 되었다. 마침 제18회 대단한 단편영화제라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고, 조금은 낯설고 신선한 자극을 받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예매를 해버렸다.

복잡한 홍대 골목길을 뚫고 상상마당 시네마로 향하던 길

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홍대에 있는 KT&G 상상마당 시네마였다. 대학교 다닐 때는 이 근처를 참 자주 지나다녔는데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홍대 입구 근처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찾아간 홍대 어울마당로 인근은 여전히 사람들로 바글거렸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중교통을 탈까 하다가 귀찮아서 차를 몰고 나왔더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골목길을 세 바퀴나 돌았다. 결국 공영주차장은 자리가 없어서 인근 사설 주차장에 차를 대야 했는데, 한 시간에 몇 천 원씩 깨지는 주차비 요금표를 보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길가에 가득한 버스킹 소리와 소음들을 헤치며 상상마당 건물 지하로 내려갈 때 이미 발바닥이 조금 아파오기 시작했다.

만 원짜리 티켓 한 장을 들고 들어선 낯선 상영관의 공기

요즘 멀티플렉스 대기업 영화관들은 티켓 한 장에 기본 15,000원씩 받아 가는데, 여기 단편영화제 티켓은 한 섹션당 10,0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티켓을 발권받고 상영관 로비에 서서 기다리는데 주위 분위기가 묘하게 낯설었다. 일반적인 상업 영화관처럼 팝콘 냄새가 진동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들 조용히 브로셔를 읽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관계자들 같아 보이는 이들도 꽤 많아 보여서 왠지 모르게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끼어든 것 같은 어색함이 밀려왔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스크린이 작았고 의자도 조금 낡은 느낌이었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맛은 있었다. 다만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다 보니 공기가 금방 후덥지근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해하고 거친 연출의 단편 영화들을 90분 동안 버텨내기

내가 예매한 섹션은 약 90분 동안 네 작품의 단편 영화를 연달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나름대로 직관적이고 연기도 자연스러워서 꽤 몰입해서 봤는데, 두 번째 작품부터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독립영화 특유의 그 불친절하고 은유적인 연출이 가득했다. 카메라 앵글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대사는 거의 없는데 배경음악만 쓸데없이 크게 흘러나오는 식이었다. 상업 영화의 친절한 설명조 서사에 길들여진 내 뇌가 이 낯선 화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튕겨내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관객석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탄식이나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만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싶어 은근히 소외감마저 들었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고 엉덩이도 쑤시기 시작했다.

집에서 넷플릭스 신작이나 편하게 볼 걸 그랬다는 후회

영화 세 번째 작품이 상영될 때쯤에는 솔직히 집중력이 완전히 바닥을 쳤다. 머릿속으로 계속 ‘그냥 집에서 17,000원짜리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나 결제해두고 편하게 누워서 볼 걸’ 하는 후회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요즘 넷플릭스에도 신작 외국 영화들이 매주 쏟아지고, 재미없으면 언제든지 뒤로 가기를 누르거나 배속으로 넘겨볼 수 있는데 내가 왜 굳이 이 비좁은 극장 의자에 꼿꼿이 앉아서 이해도 안 되는 스토리를 꾸역꾸역 보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물론 창작자의 고뇌와 독립 예술의 가치라는 측면은 존중하지만,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평범한 직장인에게 이런 불친절한 영상물은 가끔 예술이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눈이 뻑뻑해져서 안약을 넣으며 마지막 작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를 멍하니 기다렸다.

상영관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찝찝한 생각들

모든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박수를 칠 때 나도 얼떨결에 같이 박수를 치긴 했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다. 상상마당 건물 밖으로 나와 다시 홍대의 번잡한 거리로 들어서니 차라리 해방감이 들었다. 주변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가서 대충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영화 내용 중에 몇 가지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긴 했다. 난해하다고 투덜대긴 했지만 그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만간 이런 독립 단편 영화를 또 보러 올 거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내 스마트폰 검색창에는 새로 나올 대작 영화들이나 가벼운 액션 영화 정보들이 먼저 떠 있고, 나는 아마 다음 주말에는 그냥 침대에 누워 OTT 채널만 돌리고 있을 것 같다.

태그

댓글2